분명 고3일 때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었는데, 정신차려보니 어느덧 군 복무도 끝나가고 있습니다.
    새로운 마음으로 공부하고 작업한 내용을 기록하고자 새 Jekyll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댓글을 쓰셔도 보기가 어려우니, 불편하시더라도 궁금한 점은 옮긴 새 블로그에 댓글로 달아 주시면 성심성의껏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년 2월 14일

    새 블로그 주소는 https://luftaquila.io입니다.
     

    LUFT - AQUILA

    A sky sailing Electron.

    luftaquila.io




    아폴로 15(AS-510)에서는 사람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작은 스테이징 중 폭발 사고가 일어났었습니다. 원래 읽었던 원문은 영어로 된 글인데, 꽤 흥미로운 내용이라 한글로 한 번 번역해 보았습니다.


    아폴로 15호에 사용된 새턴 V 14호에 사용됐던 새턴 V에서 달라진 점이 꽤 있었습니다자체 무게는 줄이고 페이로드 무게를 늘리기 위한 수정사항이 대부분이었죠. 외형 부분에서 있었던 가장 큰 변화는 1, 2단을 연결하는 연결부에 90도 간격으로 설치되어 있었던 얼리지 모터 네 개가 없어진 것이었습니다.

     

    얼리지 모터에 관해서 간단한 설명을 드리자면, 1단 연소가 끝나고 2단을 점화해야 하는 시점에 로켓은 거의 무중력 상태와 가까운 공간을 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단의 연료탱크에 들어 있는 연료들은 무중력을 만끽하며 연료탱크 안을 둥둥 떠다니게 됩니다.


    연료탱크에서 엔진으로 연료를 공급하는 노즐은 탱크 밑에 달려 있는데, 이런 경우 연료탱크 전체에 고르게 연료가 떠다니고 있으니 연료를 제대로 공급할 수 없게 되어 버립니다. 그래서 연료를 연료탱크 밑부분으로 몰아 보내기 위해 있는게 얼리지 모터라는 작은 보조 고체연료 로켓입니다.

     

    없어진 네 개의 얼리지 모터는 3단에 탑재되어 있는 새턴 V의 통제 유닛 (Instrument Unit, IU)에 의해 제어됩니다. 1단 엔진 연소가 끝난 후 0.5초 뒤에 점화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얼리지 모터 점화 0.2초 뒤에, IU 1단 분리 명령을 내립니다. 얼리지 모터는 개당 22,900파운드의 추력으로 총 3.87초 동안 연소하며 2단 연료탱크의 연료를 아랫부분으로 몰아주게 됩니다.


    하지만, 나사는 이전에 있었던 아폴로 발사들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얼리지 모터가 별로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AS-510, 아폴로 15호 발사부터 이 4개의 얼리지 모터를 제거해 버리게 되었죠. 대신에, 2단에서 내부적으로 오리피스(orifice) 장치를 수정해 연료탱크에 압력을 줄 수 있도록 다른 얼리지 시스템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한편, 1단에서는 역추진 로켓 8개 중 4개가 제거되었습니다. 역추진 로켓(Retro Rocket) 1단이 단 분리 후 2단으로부터 충분히 멀어지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메인 엔진 F-1의 연소 종료 후 잔여 연료가 짧게 연소되어 분출되는 임펄스와, 거대한 몸체로 인해 따라서 커진 자체 관성을 상쇄하기도 하고요. 이 친구도 이전 발사에서 수집한 데이터에 따르면 굳이 8개씩이나 없어도, 4개로 충분히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F-1 엔진도 추력이 향상된 새 버전으로 교체했습니다. 엔진 추력이 기존의 750만 파운드에서 768만 파운드로 증가함에 따라 엔진 오리피스들도 재설계되었죠. 뭔가 엄청나게 바뀐 것 같지만, 사실상 페이로드 운송 능력을 1,410파운드 늘리는데 그쳤습니다. 640kg이죠. 하지만 덕분에 달착륙선에도 180kg정도의 무게를 더 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수정사항들을 가지고 아폴로 15호는 1971년 7월 26일 13시 34분, 힘차게 발사대를 떠납니다. 그리고 발사로부터 136초가 지난 시점에서, IU +자 모양으로 배열된 새턴 V 1단 엔진 5개 중 가운데 엔진의 연소 종료를 명령합니다. 그리고 22.56초가 더 지난 후에 바깥쪽의 나머지 네 개 엔진도 끄고 단 분리 시퀸스를 실행합니다. 사소한 문제는 이 추력이 향상된 새로운 F-1 엔진들을 끄는 데서부터 시작됐습니다.

     

    아마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들께는 터빈 엔진이 별로 익숙하지 않으실 겁니다. (그리고 혹시 이 분야 전문가들이 계시다면 적당히 간추린걸 양해 부탁드립니다.) 터빈은 빠르게 돌아가는 선풍기(?) 같은 친구인데, 보통 수만~수십만 rpm의 속도로 돌아갑니다. 이렇게 엄청난 속도로 돌아가는 터빈을 끌 때는 이걸 바로 멈추게 할 수가 없어요. 제자리에 딱 서게 만들면 터빈의 엄청난 관성력이 터빈 자신을 박살내버려서, 사방으로 날카로운 파편들을 '쏘아' 보내는 파편탄처럼 폭발해 버릴 거거든요.


    이런 터빈이, 새턴 V F-1 엔진에도 연료 RP-1과 산화제 LOX를 펌핑하기 위해 들어 있습니다. 심지어 어지간한 터빈보다도 훨씬 빠르게 회전하는 초고속 터빈입니다. 이걸 안전하게 멈추고 엔진을 끄려면, 연료 공급을 서서히 줄여서 멈추도록 해야 합니다. 하지만 줄어든 연료 공급으로 인한 느려진 흐름도 '일상적인' 관점에서는 꽤 빠른 편이라, 남은 연료가 순간적으로 연소하는 Residual Impulse를 종종 일으킵니다.




    비행 중인 아폴로 15호가 보내온 데이터에 따르면, 아폴로 15호의 1단은 이전의 아폴로 발사들에 비해 바깥쪽 네 개의 엔진이 훨씬 늦게 꺼졌습니다. Residual Impulse도 추력이 향상되기 이전의 F-1 엔진에 비해 10.8% 더 큰 수치로 나타났고요. 한편, 얼리지 모터 네 개를 없애 버렸기 때문에 2단은 이전에는 단 분리 시점에서 점화됐던 얼리지 모터 네 개분인 추력 91,600파운드가 줄어들었죠. 게다가 1단에서는 역추진 모터가 8개에서 4개로 줄어들었고요.


    아폴로 15호 이전에는 새턴 V 2단 엔진이 점화되고, 최대 출력에 도달하는 시점에서 2단과 분리된 1단과의 거리가 100피트 이상이었습니다. 나사의 엔지니어들은 역추진 모터를 4개로 줄이고 얼리지 모터를 없애도, 거리가 70피트 정도는 확보될 거라고 예측했죠.


    하지만 실제 15호의 발사에서 2단 엔진이 최대 출력으로 후류를 뿜어낼 때, 1단과의 거리는 채 40피트도 안 되었습니다! 고작 12m 거리로, 절반 이상 짧아져 버린 것이죠.


    1단의 Residual Impulse는 이전보다 강한데 역추진 모터는 줄어들었고, 얼리지 모터도 없어 2단이 그만큼 가속하지 못했던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습니다.



    2단 엔진이 최대 출력으로 뿜어내기 시작한 후류는 그대로 코앞에 있는 1단에 직격했고, 분리된 1단이 지상 관제소에 보내는 원격 계측정보 송신 시스템을 골로 보내 버렸습니다. 전파 신호 자체는 계속 잡히긴 했지만, 안테나 이득(gain)이 없다시피 되어 버렸던 것이죠. 이런 상황은 보통 케이블 다발이 날아가 버렸거나, 안테나가 박살난 경우에 나타납니다. 뭐 어쨌거나 이 손상은 분리되어 대기권에서 불탈 1단에서 생긴 손상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임무에 영향을 미치진 못 했습니다.


    이 사태에 대해 나사에서 경각심을 가지게 된 건 아폴로 15호 임무가 끝난 뒤였습니다새턴 V 1단 로켓에 탑재된, 4개로 줄어든 역추진 모터가 하나라도 점화에 실패하게 되는 경우에 대해 분석해 본 것이죠. 나사 산하 마셸 우주비행 센터에서 계산을 해 봤더니 모터 하나가 점화에 실패해 3개만이 점화되는 경우, 단 분리 시퀸스 도중 분리한 1단과 2단이 다시 접촉할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말이 접촉이지, 각각이 어지간한 아파트 절반 크기라는 걸 고려하면 어마어마한 참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임무 수행을 못 하는건 기본이고, 예상 충돌부가 2단 엔진이기 때문에 임무 취소 후 귀환(Mission Abort)조차 장담할 수 없게 되는 것이죠. 계산 결과에 놀란 나사는 즉시 아폴로 16호에 사용될 새턴 V부터 역추진 모터를 다시 8개로 늘리게 됩니다.


     

    한편 아폴로 15호에서, 2단 엔진이 뿜어낸 후류는 RF 통신 시스템을 보내버리는 데 그치지 않고 1단의 LOX 탱크까지 날려 버렸습니다. 탱크가 아작나면서 2차 폭발이 발생했고, 이건 아폴로 15호를 촬영한 영상에도 아주 확연하게 나타나 있습니다.

     


    단 분리 시점에서 1 LOX 탱크에는 31,135파운드의 액화산소가 남아 있었다고 합니다. 이 때 아폴로 15호는 상공 72km 높이에서 비행하고 있었고요. 이 정도면 거의 대기권 밖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탱크가 박살나면서 공중에 흩뿌려진 LOX들은 이런 환경에선 바로 얼음 결정이 되어 버립니다. 그리고 얼음이 된 액화산소는 불타거나 폭발하지 못합니다. 산소는 충분하지만 탈 물질이 없기 때문이죠.

     

    이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승무원들에게는 전혀 위협이 못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작은' 사고에 그쳤던 겁니다. 하지만 단 분리 도중의 1, 2단 충돌 위험은 임무 이후 비행 데이터를 확인하던 엔지니어들을 뒤집어지게 만들었고, 문제는 위에서 말했듯이 바로 수정되면서 해피엔딩으로 끝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폴로 15호의 승무원 3명은 달로 향한 네 번째 아폴로가 되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아폴로 15호가 달에 착륙한 날짜가 1971년 7월 30일 22시 16분입니다. 글 쓰는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46년 전 오늘이군요. 의도는 안 했는데 우연의 일치가 놀랍네요 ㅎㅎ


    * 이 글은 원문 https://gwsbooks.blogspot.kr/2015/05/apollo15-staging-anomaly.html 을 번역한 글입니다.

      또한, 번역 과정에서 약간의 주석 추가와 내용 추가, 제거 등이 있었습니다.



    Posted by LUFT - AQUILA